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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과 비대면 소통이 공존하는
뉴노멀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글. 김경일(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길고 길었던 코로나19가 이제 어느 정도 물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의외로 비대면 소통의 효율성 역시 인정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대면과 비대면 소통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것은 조직과 사회를 넘어 국가의 역량으로 봐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면과 비대면 소통 중에 더 적합한 소통 방식을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비대면 소통이 더 좋을 때도 분명히 있다
비대면 즉 온라인 소통과 회의는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꽤 되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이제 비대면 강의와 회의가 더 편하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면 적응과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절감한다. 그렇다면 비대면 소통과 온라인 회의는 어떤 상황과 사안에 더 적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평적인 소통과 다양한 아이디어의 취합을 위해서다. 예전부터 심리학자들은 파레토(Pareto) 법칙이 가장 잘 적용되는 것이 회의라고 꼬집어 왔다. 원래 이 법칙은 ‘원인의 20%에 의해 결과의 80%가 결정된다’는 뜻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의를 살펴 보면, 전체 발언의 80%가 참석자 중 20% 정도에 의해 좌우되니 말이다. 아니, 실제로는 더 적은 10%가 90% 이상의 내용을 독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이 소수의 10~20%를 ‘회의 독점자’라고 부른다. 이 독점자들은 대부분이 조직의 리더들이기 때문에 회의 문화의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 사용되는 온라인 툴에 기반한 회의들에서는 이 파레토 법칙이 매우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첫 번째 이유는 오프라인에서는 쉽게 회의 독점자가 느낄 수 있었던 침묵하는 다수의 ‘가짜 호응’이 온라인에서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의 독점자들에게 왜 이렇게 회의에서 많은 말을 했는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경청했기 때문’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하지만 이 변명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자기보다 상관이 말을 할 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열심히 받아 적으면서 그 말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동의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짜 호응은 그 소수의 회의 독점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말을 하게 되는 나쁜 자양분이 된다. 그런데 온라인 회의에서는 이런 가짜 호응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둘째, 비대면 회의에서는 이른바 ‘상석’이 없어서 독점자의 독점적 위치를 스스로든 다른 참석자든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비대면 소통은 독점을 줄이기 매우 용이하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평적인 방식을 통해 도출하기에 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지난 2년 간 온라인 강의를 통해 받았던 질문의 수가 그 이전 13년 동안 강의실에서 받았던 질문의 수보다 훨씬 더 많다. 다시 말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가 쉬워진다.

입장 차이를 좁히려면 실제로 만나야 한다
하지만 무언가 매진하게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면 이제 느슨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비대면 소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실제로 만나야만 가능한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결정과 역지사지다. 왜 우리는 늘 다른 관점으로 평행선을 그리는 걸까? 동일한 대상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할 때 다른 정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와 해답을 절묘하게 풀어낸 연구가 있다. 이스라엘 반구리온 대학의 심리학자 탈 에얄(Tal Eyal) 교수 연구진이 그 주인공이다. 에얄 교수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실제로 자신과 상대방이 어떤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차를 좁히려면, 어떻게든 상대방과 물리적으로 더 가까운 공간에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가 그만큼 서로 일맥상통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 보는 나든 내가 보는 그 사람이든 서로의 생각 일치성을 높일 수 있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매우 효율적인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더라도 입장 차이는 만나서 좁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런 역추리도 가능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측면을 상대방으로부터 발견하고 싶으면 되도록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기꺼이 만나봐야 한다. 그래서 느슨하게 떨어져 있는 관계나 소통도 필요하다.
의사 결정 방삭의 전환도 조직의 능력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결정이다. 결정과 관련해 심리학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가 두 가지 있다. 첫째, 결정은 인간이 하는 두뇌 활동 중 가장 많은 심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정신과정이다. 계산이나 비교분석과 같이 매우 복잡한 일을 할 때보다도 단순한 결정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한다. 따라서 혼자서 고립된 공간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잘 나지 않는다. 둘째, 결정은 매우 정서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이성과 논리로 열심히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한다 해도, 감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최종 결정은 좀처럼 내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뇌에서 정서나 감정을 담당하고 있는 영역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계산 문제는 잘 풀어내도, 유독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면이 당연히 정서적인 교감에는 유리하다.
종합하자면, 입장 차이를 좁히고 결정을 내리려면 만나야 한다. 사무실로 와야 하며, 실제의 회의실에서 얼굴을 맞대야 한다. 반면,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더 수평적이고 따라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려면 서로 더 떨어진 상태에서 원격 회의를 하는 것은 매우 권장할 만한 일이다. 이 외에도 우리 조직에서는 어떤 것을 비대면으로 혹은 대면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를 구체적이면서도 빠르게 정립해 나가는 것은 조직 자체의 역량이 될 것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