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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DEAL
기획특집 1

주거복지, 주택공급을 넘어
주거플랫폼으로 진화

글. 지규현(한양사이버대 교수)
주거 일자리 돌봄 문화 교육 ※ 기획특집에서 사용된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이므로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거복지정책은 모든 국민의 안정적인 주거생활 보장을 목표로 한다. 시장에 대한 공공의 규제나 조절만으로도 적절한 주거수준 확보가 가능한 계층이 있다. 그러나 공공의 간접적인 개입으로는 실질적인 주거안정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계층도 존재하기에, 공공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고안하고 실행해 왔다. 공공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으로는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으로는 버팀목 대출, 디딤돌 대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은 꾸준히 강조되어 왔고, 이로 인해 주거복지정책을 곧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등치시키는 경향이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주거복지정책들을 보면, 여전히 주택을 얼마나,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할 것인가에만 아직은 머물러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미 주거복지는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주거를 기반으로 한 주거플랫폼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1989년 3월 30일 서울 번동 영구임대아파트 기공식
계속 불어나는 공공임대주택 유형

그동안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성과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1989년에 시작한 영구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국민임대주택, 매입임대, 전세임대, 10년임대, 50년 공공임대 등 다양한 목적의 임대주택이 공급돼 왔다. 소득기준 이외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행복주택, 청년주택, 신혼희망타운, 뉴스테이(공공지원주택으로 변경)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도 있다. 이외에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주택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지금은 없어진)보금자리주택, 지분형 주택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거복지 정책 대상을 확대하는 개념으로 평생주택, 기본주택, 누구나집 등 새로 등장하는 임대주택까지 임대주택 유형을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임대, 영구임대, 행복주택이 통합된 유형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또 몇 가지 유형의 공공주택이 추가될 것으로 보여, 주거복지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주거를 기반으로 한 주거플랫폼으로 진화

국토교통부는 “주거복지정책 비전 및 중점추진과제”를 마련 중에 있다. ‘생애주기별·소득수준별 맞춤프로그램’, ‘주거기반 커뮤니티 혁신’, ‘주거복지 인프라 구축’, ‘공공택지 및 도시재생을 통해 주거복지 플랫폼 구현’이 그 내용이다. 이전 시기와는 달리 생애주기를 고려한 주거지원과 지역상생을 주거복지의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무주택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확대하되, 그동안 단편적·획일적 주거지원에서 수요자 중심·사회통합형 주거정책으로 한 단계 발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신혼, 고령자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보다 협력적인 주거복지 거버넌스 구축 지원에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주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혁신을 위한 주거플랫폼 도입이다. 그동안 많은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으나, 신규로 공급되는 임대주택과 기존에 공급된 것과의 격차가 크다. 특히,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지역사회와 단절된 부정적 이미지로 기피현상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는 물론, 서비스와 생활SOC가 결합된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 이미 LH는 2020년 기준으로 총 24개 서비스, 185억 원 투입, 959개 단지 79만 명 수혜 계층을 대상으로 육아, 돌봄, 생활·문화 등 생애주기별·유형별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후화된 임대주택의 물리적 성능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주거공간을 기반으로 각종 생활 SOC(So-cial Overhead Capital, 보육시설, 의료시설 등 일상생활에서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시설을 가리킴)를 접목하고 건강·복지·일자리 등 다양한 생활 및 사회서비스를 연계하는 주거플랫폼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주거플랫폼 개념도>
주거 사회 서비스 생활SOC 공공임대 단지 다기능 주거플랫폼 사회문제 해결 공동체 활성화
  • 서울 가좌 행복주택
  • LH 서울 중계3단지 커뮤니티 공간
주거복지 플랫폼과 대기자명부 결합으로 주거복지정책 고도화

주거복지 플랫폼 전환을 위해 한 가지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대기자명부 제도의 시행이다. 대기자명부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어야 한층 강화된 주거복지로의 진화가 가능하다. 대기자명부 제도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과정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희망하는 가구가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인지, 어떠한 가구구성을 지니고 있고, 어떠한 지역에 입주를 선호하는지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곧 특정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얼마나, 어떠한 크기로 공급해야 하는지 직접적인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공급된 임대주택의 주거서비스 유지를 위한 실효적 정책에 활용될 수 있다. 대기자명부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명부에 등록된 가구의 주요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정보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가구가 요청하지 않아도 대기자명부 운영기관에 의해 임대주택 배분에 필요한 가구의 주요 정보를 자동으로 조회, 등록시킬 수 있는 정보망 연계 및 이를 지원하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령 개편 등이 필요할 것이다.
주거를 기반으로 주거복지 플랫폼과 대기자명부를 결합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LH의 실행력이 필수적이다.

서울 가좌 행복주택(청년 임대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