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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 않은 악역 연기로 사랑받는
배우 오대환- 글. 김수경 사진. 다나크리에이티브ENT
- 최근 개봉한 액션 느와르 영화 <강릉>에서 지역 건달 ‘형근’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오대환. 굵직한 액션연기는 물론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에 활력을 더하는 역할로 그의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만의 강렬한 연기 에너지로 스크린을 사로잡은 신스틸러, 배우 오대환을 만나본다.
강릉 싸움꾼 역 위해 사투리 맹연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배우 오대환은 영화 <미션 파서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안시성>,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라이프 온 마스>, 연극 <스페셜 라이어>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꾸준한 작품 활동과 노력을 통해 그는 대중들에게 ‘오대환’이라는 이름을 알렸고,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 <강릉>은 강릉 최대의 리조트 건설을 둘러싼 서로 다른 조직의 야망과 음모, 그리고 배신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배우 오대환은 조직폭력배 길석(유오성)의 부하로 등장해 특유의 거칠고 유쾌한 매력을 보여줬다.
“제가 맡은 역은 강릉 조직폭력배 길석의 오른팔인 형근 역인데, 강원도 토박이에 유쾌하고 의리 있고 싸움도 꽤하는 캐릭터죠.”
그간 선이 굵은 역할들을 연기해 왔던 그.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운명 같았다고 말한다.
“<강릉> 시나리오는 2018년에 형근 역으로 처음 받았다가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2020년에 영화가 제작되면서 다시 같은 역할로 받게 되었어요. 이건 꼭 해야겠구나,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깡패들이 주로 전라도나 경상도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나오는데 이번 영화는 강원도의 싸움꾼이었어요.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강원도 싸움꾼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하기 위해 생소한 강원도 사투리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강릉 출신 싸움꾼이니 강릉 사투리를 잘해야 했죠. 그런데 강릉 사투리가 생소하고 어려워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스태프나 배우들이 잘한다는 반응이라 아주 기분 좋았습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현장에서 일반인을 즉석 캐스팅하여 호흡을 맞춘 일도 있었다.
“영화에 경포호에서 골프하는 장면이 있어요. 제대로 된 필드가 아니라 그냥 경포호에서 골프채 들고 스윙연습을 하는 장면이었죠. 그 장면에서 감독님이 시간을 좀 벌어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그 자리에서 지역분에게 바로 요청을 했습니다. 헬스를 하는 덩치가 좋은 분이었는데, 캐스팅을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호흡을 맞추지도 않고 연습도 안 한 일반인 분과 같이 연기했는데 재미있었어요.”
즉석 캐스팅 된 지역주민이 맡은 역할은 우산을 들고 서 있는 것.
“연기하다가 제가 그분의 우산에 부딪혔는데, 순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애드리브로 그분의 뺨을 가볍게 때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배우처럼 너무나 잘 받아주셔서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고 한다.
그래서 싸늘함보다는 인간적이고 유쾌한 악역이 많이 나타난 것 같고요.”
보이는 이미지는 터프하지만 실제는 섬세한 스타일
어느 촬영 현장에서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우 오대환.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야 연기도 편해진다고 생각하기에 친화력 있게 먼저 다가간다고 한다. 이런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5글자로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매니저가 말하길 저 보고 ‘서엄세하다’(?)고 하네요. 하하. 제가 악역을 많이 해서 강하고 말술을 먹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현실에서는 예민하고 섬세한 스타일입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는 그를 흔히 ‘악역 전문배우’ 라고 칭한다. 이러한 수식어 대해 그는 캐스팅 탓이라며 다소 억울함을 표한다.
“악역 전문배우라기보다는 그런 쪽으로 섭외가 많이 와서 결과가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하하. 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역할을 선호해서 악역이면서도 유쾌함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관객들도 악역인데 밉지 않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고요.”
악역을 많이 맡았던 그는 센 캐릭터 덕에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좋아해 준다고 덧붙였다. 실제 알아보는 사람들마다 생각과 달리 실물이 훨씬 낫다고 이야기한다고. “제가 연기하는 악역은 악역이지만 나쁜 느낌만이 아닌 여러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싸늘함보다는 인간적이고 유쾌한 악역이 많이 나타난 것 같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느낌을 가진 역할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악역만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캐스팅이 되어 맡은 역할을 다했을 뿐이라는 그는 악역 연기에 자신만의 변주를 주겠다고 말한다.
그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이는 배우 허준호. 그가 허준호를 꼽은 이유는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배우의 힘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압도적일 수 있는 건 배우가 가진 인생에서 묻어나온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가진 생각들, 믿음, 그동안의 노력이 다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죠. 저도 그런 부분을 닮고 싶습니다.” 센 캐릭터 말고 순둥순둥한 역, 말랑말랑한 로맨스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배우 오대환. 잘 해낼 자신이 있다며 그런 역할이 들어오길 고대하고 있단다.
그는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 캐릭터 설정을 위해 맡은 인물을 연구하는데, 주로 간접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다른 배우가 연기한 비슷한 역할도 찾아보고, 다큐멘터리 등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리지 않고 본 후, 많은 시간을 들여 오대환으로 다시 바꾸어 봅니다.”
‘오대환’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연기를 잘해서 거슬리지 않고, 어떤 장면에서도 ‘저 역할은 오대환이 딱’이라고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연기에 늘 진심인 그가 여가 때 즐기는 건 낚시. 바쁜 활동 관계로 한동안 하지 못하다가 <강릉> 개봉 후 1박 2일로 어머니와 함께 통영에서 방파제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또한 시간이 주어지는 날에는 아이들과 가능한 함께 있으려 한다고. 아이들과 있으면 매 순간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서 좋다며 따뜻한 아빠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현재 영화 <더와일드>, <소방관>, <컴백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출연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옷소매 붉은 끝동> 촬영 중인데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고요. 항상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인한 이미지 속에 섬세함, 유쾌함, 따뜻함을 품고 있는 배우 오대환. 앞으로 또 어떤 진한 연기들을 보여줄지 ‘오대환’표 연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