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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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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하다, 숏폼 콘텐츠
- 숏폼 콘텐츠, 짧은 영상이 주는 강렬함, 강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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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덕현(칼럼니스트)
사진.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1 포스터 캡처,
SBS <문명특급> 홈페이지 캡처, tvN <나홀로 이식당>, <라끼남> 홈페이지 캡처,
유튜브 채널 <와썹맨>, <피식대학>, <십오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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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덕현(칼럼니스트)
사진.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1 포스터 캡처,
- 이제 숏폼이 대세다? 유튜브 콘텐츠들은 물론이고, 웹드라마, 웹예능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숏폼 콘텐츠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이 더 익숙한 MZ세대들을 사로잡는 숏폼 콘텐츠의 매력. 그 짧지만 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미디어 변화가 만든 숏폼 콘텐츠의 힘
미디어학자 마샬 맥루한이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말한 것처럼 미디어 변화는 형식만이 아닌 그 내용에도 변화를 만든다. 기존 TV 중심의 방송 시청에서 인터넷, 모바일 같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숏폼 콘텐츠’를 탄생시킨 건 단적인 사례다.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면서 웹드라마 같은 숏폼 드라마가 시도되고, 그중에서도 <에이틴>이나 <연애플레이리스트> 같은 히트작들이 나오는 과정은 그래서 긴 호흡의 지상파 드라마들과는 다른 숏폼 콘텐츠만의 매력이 조금씩 저변을 넓혀온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회당 10분에서 15분가량의 숏폼으로 제작된 웹드라마는 2010년 초창기만 해도 그리 대중적이지는 못했다. 웹드라마의 시초로 불리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경우 김성령, 박희본, 박혁권, 조한철 같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고, 당시 <은하해방전선, 2007>로 독립영화업계에서 주목받던 윤성호 감독이 만들었지만 생각만큼 화제가 되진 않았다. 여기에는 그리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당시의 인터넷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본격적인 LTE서비스가 시작된 2013년부터 웹드라마들이 본격화된 건 그래서다.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영상을 보는 일이 점점 일상화되면서 웹드라마도 익숙해졌다. 2017년에 웹드라마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건 모바일 시대가 활짝 열린 시기에 맞물려 있다.
웹드라마는 초창기만 해도 마이너 장르로 인식됐다. 많은 이들이 보지 않기 때문에 회당 제작비도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였고, 배우들도 A급 배우보다는 신인이나 인지도 낮은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채널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역전됐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기존 미디어(지상파, 케이블, 종편)를 이탈해,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인구가 늘어났다. 웹드라마도 이 변화에 발맞춰 제작규모와 캐스팅이 커졌고, 과거 주로 청춘 멜로에 머물렀던 소재도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로 확장됐다.
숏폼은 이제 그 짧은 형식이 갖는 강점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웹드라마의 경우 짧은 분량은 스토리의 압축을 요구했다.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은 더 이상 웹드라마에 적용되기 어려웠다. 대신 짧은 대사나 장면만으로 상황을 던져놓고 곧바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로맨스물과 오피스물에 있어 이 짧은 영상 형식은 힘을 발휘했다. ‘긴 서사’ 없이도 ‘일상 공감’이 가능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연출도 달라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보기도 하는 숏폼의 특성상 자막은 필수가 됐고, 모바일의 작은 화면 때문에 풀샷보다 클로즈샷이 더 많이 활용됐다. 당연히 장황한 스토리보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스토리가 웹드라마에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었다.
위기의 레거시 미디어, 숏폼에 뛰어들다
숏폼에서 웹드라마보다 먼저 효과를 발휘한 분야는 웹예능이다. 이미 유튜브의 그 많은 몰래카메라 방식의 유머 영상들이 짧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처럼, 웃음을 만들어내는 개그 코미디는 이미 지상파 시절에도 그 형태는 ‘숏폼’이었다. KBS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사례다. 10분 내외의 콩트 코미디로 짧은 시간 내에 웃기지 못하면 편집될 수밖에 없는 서바이벌 시스템에서 탄생한 이 개그들은 사실 형식적으로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도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상파에 요구되는 공영성 때문에 많은 소재나 표현에 제약들이 생기면서 결국 폐지 수순을 맞았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 대부분이 유튜브 같은 웹으로 옮겨가 숏폼 개그들을 시도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식대학>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숏폼 웹 예능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상파 개그맨들이 뭉쳐 유튜브에 개설한 이 채널은 ‘한사랑 산악회’, ‘B대면 데이트’, ‘05학번이즈백’ 같은 숏폼 콘텐츠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았다. 사실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서 했던 콩트 코미디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현장성이 강조된 코미디라는 점이 달랐고 무엇보다 이 새로운 플랫폼의 구독자들이 이 개그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달랐다. 이들은 이 숏폼의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현실에 나와 하는 이벤트들조차 캐릭터 놀이로 수용했다. 콘텐츠가 현실로까지 나오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러한 주력 미디어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급격히 옮겨지면서 지상파, 케이블, 종편 같은 레거시 미디어들은 이제 역전된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개그콘서트>의 추락과 <피식대학>의 부상은 그 상징적인 사건처럼 인식됐다. 그래서 레거시 미디어들도 웹과 모바일에 맞춘 숏폼 콘텐츠들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위기를 감지한 나영석 PD는 2015년 <신서유기>를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였고 그 후로도 tvN 예능들의 스핀오프로서 숏폼 성격의 웹예능을 시도했다. <삼시네세끼>, <나홀로 이식당>, <라끼남>,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마포 멋쟁이>, <출장 십오야> 등의 숏폼 웹예능을 선보였다. 하지만 역시 숏폼 콘텐츠는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어울렸다. 숏폼 콘텐츠들을 모아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실패한 건 그래서였다. 나영석 사단은 이제 유튜브에 채널 십오야라는 플랫폼을 세우고 숏폼 콘텐츠들을 여기서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SBS 역시 모비딕이라는 채널을 통해 <문명특급> 같은 숏폼 콘텐츠들을 독자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JTBC도 룰루랄라 채널을 통해 <와썹맨>, <워크맨> 같은 성공적인 숏폼 웹예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숏폼의 가능성과 한계
앞서 말했듯 숏폼은 그 형식만이 아닌 내용 또한 바꾸기 마련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의 콘텐츠가 숏폼인 것은 그 미디어가 가진 몰입의 방식이 기성 미디어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집에 돌아와 TV를 켜고 보는 방식과 비교해 이동 간에 잠시 모바일로 들여다보는 방식은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대치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걸 수용한 결과가 ‘숏폼’인 셈이다.
숏폼이 강력한 건 기성 레거시 미디어들의 콘텐츠들과 달리 서사를 즉각적으로 전한다는 점에 있다. 즉 아날로그 문화에서 콘텐츠의 서사란 다분히 텍스트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듯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숏폼은 디지털 문화의 하이퍼 텍스트적 속성이 그러하듯이, 바로바로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성 미디어에 익숙한 콘텐츠 소비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지만 이미 디지털 문화를 일상으로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이런 서사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숏폼이 가진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힘은 있지만 지속적인 몰입감을 끌어내는 건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의 콘텐츠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상파나 케이블의 드라마, 예능이 유튜브 콘텐츠들과는 정반대로 콘텐츠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건 이런 레거시 미디어들이 ‘롱폼’ 콘텐츠의 힘을 오히려 부각시키고 있다는 반증이다. 2시간에 가까워진 예능 프로그램들의 러닝타임과, 1시간을 넘어 1시간 반 가까이 늘어나는 드라마가 그렇다. 또 넷플릭스 같은 OTT에서 제작한 영화들은 영화관 영화들보다 더 길어 세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들도 존재한다. 즉 숏폼과 롱폼은 이 시대를 대변하는 콘텐츠 양식이라기보다는 다양해진 플랫폼들 속에서 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의 양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숏폼이 주목받는 건 그간 레거시 미디어들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 형식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더 많아졌고 그래서 더 눈에 띄기 때문일 게다. 이제 콘텐츠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가 어느 플랫폼에 더 어울리는지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맞는 형식(숏폼이든 롱폼이든)을 자유롭게 결정하기 시작했다. 없던 시장이 생겼다는 점에서 숏폼 전성시대는 분명히 도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롱폼의 효용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