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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그 자체로
    명소가 되다

    • 글. 편집실
  • 전문가들은 국내에 시민들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전국 어디에서든 쉽게 카페를 마주칠 수 있다. 최근에는 초대형 규모의 카페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줄 서는 카페의 등장

카페만큼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에 민감한 공간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새로 유행하는 인테리어나 가구가 가장 먼저 자리 잡는 곳도 바로 소위 ‘핫 플레이스’에 위치한 카페들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된 공주풍 인테리어 카페가 인기를 끌었다. 노래방이나 DVD 등을 완비한 ‘멀티룸’ 형식의 카페가 그 다음의 트렌드였다면 몇몇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전성시대를 맞기도 했다. 최근 5년 정도를 살펴보면 몇 가지 경향을 읽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인이나 소규모 F&B 업체가 운영하는 콘셉트가 확실한 카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당 카페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가진 곳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크루아상을 와플 기계를 이용해 납작하게 눌러 각종 토핑을 얹어서 제공하는 ‘크로플’을 카페 메뉴로 가장 먼저 출시한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를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전에는 카페라면 응당 있는 평범한 메뉴들을 파는 카페 중에서 취향에 맞는 곳을 찾는 방식이었다면 근래 들어서는 그곳에만 판매하는 특별한 메뉴를 위해 멀리에서도 찾아가 줄 서는 것을 감수하게 된 것이다

카페의 확장성에 주목하다

다음으로는 카페라는 공간의 확장성에 주목해볼 수 있다. 물론 카페가 여러 기능을 하게 된 것은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카페에서 대중음악 공연을 하거나 미술품 전시를 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역할을 해온 것은 오래 전부터다. 2020년대에 들어 크게 달라진 점은 카페라는 공간을 이끄는 사람이 바리스타나 경영자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라는 것이다. MZ 세대가 많이 찾는 한남동이나 성수동에는 패션이나 가구 등의 편집숍과 결합된 카페들이 골목 곳곳을 새로운 색깔로 물들이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음료 한 잔을 구입하는 데서 나아가 공간과 연결되는 경험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확장은 바로 ‘규모’다. 기존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큰 규모의 매장을 만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광활한 부지를 활용해 정원이나 온실, 분수, 심지어 거리를 조성하고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주로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F&B 업체에서 기획한다. 대도시에서는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수도권의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초대형 카페는 작게는 약 1,650㎡(500평)에서 크게는 약 33,000㎡(1만 평)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규모가 큰 만큼 좌석 수도 넉넉하고 메뉴도 다양하다. 어린이 동반 손님을 위한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가 나들이 겸 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초대형 카페의 시대

초초대형 카페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발발 이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게 됐고 그 발길은 초대형 카페로도 이어졌다. 초대형 카페는 내부 환경이 쾌적해 환기가 쉽고 아름답게 꾸며진 외부에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팬데믹 시대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최근에는 경쟁하듯 더 큰 규모, 더 새로운 콘셉트의 초대형 카페가 문을 열고 있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카페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초대형 카페의 유행도 언젠가는 끝날지 모른다. 초대형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에, 도심에서는 오히려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기존의 대형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도 일견 흥미롭다.
저가형 프랜차이즈를 찾는 소비자들은 이곳을 택한 이유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이동할 때나 사무 공간에서 먹기에 부담이 없어서’를 꼽는다. 초대형 카페를 찾는 소비자와는 소비의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에 당분간 초대형 카페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이나 도심에서 충족되지 않는 진정한 휴식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는 공간에서 공간 그 자체로 명소가 된 카페의 확장은 어디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