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함께 만드는 공간을 꿈꿔요.”
- 창원 가포LH 1단지 사회적기업공간

우리에게 이웃은 어떤 존재일까? 누군지 얼굴조차 모르고 사는 경우가 더 많을 테다.
층간소음이며 주차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지는 것은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다 함께 산다는 것, 그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한 결과 우리는 서로를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이르렀다. 그렇게 ‘모두의 공유 공간’이 탄생했다.

글. 김혜영 사진. 정준택
“우리 집 거실을 빌려드립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진입해서 건물을 바라보면 한눈에 보이는 1층에 ‘모두의 공유 공간’이 위치해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조명 아래로 널찍한 테이블이 놓여있고, 벽면 한편은 커다란 스크린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최종선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꾸민 공간이다.
“평소에도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복작대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혼자 보단 여럿이 함께 하면 재미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누구 손에 맡기기보다 제 손으로 하나하나 꾸미고 싶어 발품을 꽤 팔았습니다.”
LH 청약센터 홈페이지에서 ‘임대주택 단지 내 사회적기업 공간’ 모집 공고를 본 건 그의 지인이었다. 평소 최종선 대표의 관심사를 알고 있던 지인이 도전해보라고 권유해준 것. 올해 2월 최종 선정되어 4월에 문을 열었다.
“아직은 이런 공간이 있다고 알리고 있는 단계에요. 6월부터 매월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조금씩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도 늘어났고요. 무엇보다 행사가 끝나면 ‘너무 좋다’고 해주시니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최종선 대표가 생각하는 모두의 공유 공간은 이른바 ‘우리 집 거실을 빌려드립니다’ 콘셉트다. 이곳에서 홈 파티를 열 수도 있고, 소모임이나 공부방을 열 수도 있다. 집 거실처럼 편안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함께 하는 즐거움

지난 6월에는 이곳에서 ‘한끼 밥상 수다’ 프로그램이 열렸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는데, 이후 매달 진행되고 있다. 첫 달에는 톳 비빔밥을 준비했고, 7월에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닭개장을 준비해 노인정에서 나눠먹었다.
“요즘 1인 가구가 많잖아요. 독거노인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근데 밥이라는 게 혼자 먹으면 참 맛이 없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프로그램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요. 단지 내 텃밭에서 공수 가능한 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자발적으로 반찬 같은 걸 품앗이해서 가져오기도 해요. 확실히 밥을 같이 먹고 나니 훨씬 친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탐나는 우리 동네 문화가 있는 날’을 만들어 공연도 연다. ‘여름날의 하모니카 음악회’를 시작으로 ‘발.가.락-발레와 가야금이 함께 하는 공연’, ‘이상한 나라의 마법학교’ 등 11월까지 확정된 라인업이 짱짱하다.
“2016년부터 ‘모두의 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어요. 이곳의 자랑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거예요. 연주자나 체험을 지도할 전문가가 필요한데 대부분 조합원이나 그 지인들을 통해 섭외가 가능해서 지금까지는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답니다.”
최종선 대표는 ‘모두의 공유 공간’이 ‘슬세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일들을 슬리퍼 신고 나와서 쉽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다.
“이곳이 만남의 장소가 되길 바라요. 여럿이 뭘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을 때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문을 두드려주세요. 그렇게 모두가 이 공간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모두의 공유 공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본동 5길 37,
가포LH 1단지 102동 1층

Mini Interview
김정남 창원 가포LH 1단지 주거행복지원센터장(관리소장)
“우리 단지는 국민임대·행복주택·영구임대 혼합단지에요. 계층도 연령대도 워낙 다양하다보니 커뮤니티도 없고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담배 연기나 층간소음 문제로 잡음도 많았는데 ‘모두의 공유 공간’이 생기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요. 특히 청년층을 문 밖으로 나오게 해준다는 점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우리 단지가 더 소통하고 공감하며 따뜻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