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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새로운 시대의 풍경이 되다- 글. 편집실
- 20여 년 전만 해도 동네마다 터주대감처럼 자리잡은 동네 서점이 하나씩은 있었다. 신간 입고 소식을 손 글씨로 써서 붙여 놓은,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듯하지만 어느 서가에 어떤 책이 있는지 금세 찾아내는 ‘생활의 달인’급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던 동네 서점 말이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난 동네 서점들이 다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동네 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취향이 공간이 되다
동네 서점 지도(www.bookshopmap.com)에 따르면 국내 에는 총 788개의 독립 서점이 부지런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문화예술공간을 겸하는 동네 서점을 포함하면 총 971개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집계된 동네 서점 증감 추세를 통해서 보면 더욱 놀라운 숫자다. 2015년 총 97개의 동네 서점이 2019년에는 551개로 5배 이상 증가했고 다시 3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접근이 쉬운 대형 서점, 클릭 몇 번이면 다음날 혹은 당일 저녁에라도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서점 사이에서 동네 서점은 어떻게 독자들을 사로잡은 걸까? 대부분의 동네 서점은 굽이굽이 골목을 지나, 때로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일부러 시간을 내야 만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동네 서점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
미디어에서도 다수 소개된 몇몇 동네 서점은 콘셉트가 독특하거나 유료 멤버십으로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 지난 2020년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소전서림’은 유료 강의와 세미나 등이 열리는 유료 도서관 형태를 지향해 관심을 끌었다. 광고회사 임원 출신의 최인아 씨가 차린 ‘최인아 책방’은 매주 책방 지기의 큐레이션을 통해 도서를 소개하고 이용권이나 멤버십을 구매해 책방 내 원하는 장소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단순히 책을 구매하고 읽는 것에서 나아가 서점이 그 자체로서 ‘브랜드’로 탄생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두 곳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동네 서점도 있다. 바로 잡지나 디자인 서적, 시집, 에세이 등 특정 분야의 도서만 판매하는 곳이다. 일부러 동네서점을 찾는 이들의 경우 특정 분야를 선호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보다 심화된 수준의 책을 찾는다는 것에 착안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종로구 통의동의 ‘사진책방 이라선’, 마포구 연남동의 ‘그림책방 곰곰’, 마포구 서교동의 ‘종이잡지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함께 읽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을 여는 공간을 내주고 모임을 주관하는 등 함께 읽는 책의 의미를 되새기는 서점들도 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삼일문고’에서는 매주 독서 모임이 열리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각종 전시·행사가 진행된다. 삼일문고는 ‘지속 가능한 서점’에 대한 모색을 통해 탄생했다. 구미에 있던 대형 서점이 사라지면서 구미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구미 시민들은 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고, 구매하는 행복을 경험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전 세계 서점과 도서관 등의 공간을 찾아다니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서점을 열게 됐다고 전해진다. 종로구 인사동과 통의동의 ‘부쿠’도 종합 문화공간의 성격을띤 서점이다.
동네 서점과 친해지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리집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고, 내 취향과 꼭 맞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 책을 통해 나의 취향을 공고히 쌓아가는 일 또한 꽤 재미있는 취미가 될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동네 서점의 다음 모습은 얼마나 더 재미있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