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겨울 여행의 정석을
보고 싶다면
강릉
글.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겨울 바다는 여름과 다른 매력이 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매서운 바람과 시리도록 푸른 바다의 색감은 분명 겨울에만 느낄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강릉은 바다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가 깃든 고장이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한옥과 요즘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까지,
강릉은 겨울 여행의 정석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해마다 신년 해맞이 행사가 벌어지는 정동진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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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헌화로
동해와 맞닿은 여느 항구처럼
금진항 역시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다.
금진항을 벗어나면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
금진항에서 정동진까지, 헌화로 드라이브
강한 바람에 바닷물이 밀려오고 밀려간다. 그 반복적인 일상이 변화무쌍한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 냄새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한갓진 해변이 있는가 하면, 기괴한 바위가 널브러진 곳도 있다. 여기저기 들춰보면 태곳적 흔적도 만날 수 있다. 탁 트인 쪽빛 바다와 들쑥날쑥한 해안을 따라 달리는 곳, 바로 강릉의 헌화로다.
‘헌화로’는 헌화가에서 유래한 도로명으로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길에 부인 수로부인이 바닷가 절벽 위에 핀 철쭉을 꺾어 달라 부탁했지만, 위험해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나서서 꽃을 꺾어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다고 한다. 전체 구간은 금진항에서 정동진까지 6.6㎞이다. 그중 백미는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 약 2㎞ 구간이다.
금진항은 강릉 최남단에 있는 어항이다. 동해와 맞닿은 여느 항구처럼 금진항 역시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다. 금진항을 벗어나면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성난 황소처럼 역동적이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눈앞에서 집채만 한 파도를 만날 수도 있다. 헌화로를 달리는 차량의 속도가 바닷물의 흐름보다 느리다.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아득한 수평선에 물비늘이 보석처럼 반짝일 때면 벅찬 감동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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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최고의 해맞이 명소, 정동진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위치한 강릉의 정동진(正東津).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간이역인 정동진역과 정동진해변, 모래시계공원이 어우러져 있다. 정동진역은 한때 석탄을 수송하던 간이역이었다. 1980년대 들어 탄광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자 정동진역도 잊힌 역이 되었다. 정동진역이 기사회생하는 사건이 있었다. 1995년대 ‘귀가 시계’라 불리던 전설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알려진 것이다. 이후 정동진은 일약 해돋이 명소로 급부상했고, 이후 정동진 해돋이 관광열차와 레일바이크가 운행되면서부터 사계절 관광객들로 붐빈다. 공원에는 예스러운 증기기관차 한 대가 있다. 180m에 이르는 이 증기기관차는 ‘시간’을 주제로 한 시간박물관이다. 시간의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줄 만한 전시품들이 많다.
정동진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있는 크루즈리조트 너머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한반도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해안단구를 관찰할 수 있는 지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됐다. 길이 개통되기 전까지 해안경비구역으로써 일반인 통제구역이었다. 그 덕분에 천혜의 비경과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 탐방로는 정동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심곡항까지 약 2.86㎞이다. 심곡항까지 드라이브를 마치고 산책에 나선다면 금상첨화다. -
위) 정동진에는 해돋이 이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아래) 겨울바다의 정석일 만큼 정동진해변의 일출은 아름답다.
선비의 버킷리스트 선교장
선교장은 효령대군(세종의 형)의 11대손에 의해 처음 지어져 무려 10대에 이르도록 증축과 보수를 해온 끝에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햇수로 300여 년의 세월이다. 선교장이라는 이름은 가옥이 위치한 곳이 배다리마을(선교리)이기 때문이다. 당시 선교장에서 배를 타고 경포호까지 건너다녔다고 한다. 그만큼 경포호가 넓다. 선교장에서는 오감이 즐겁다. 은은한 가야금 소리, 눈이 편안한 한옥의 선, 그윽한 솔향, 손때 묻은 오래된 나무에서 느껴지는 반질반질한 질감,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있어서다. 조선시대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이 선교장을 방문하는 게 그들만의 버킷리스트였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선교장은 족제비를 쫓다가 발견한 터에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명당이라는 뜻인데,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활래정을 보면 이구동성으로 이만한 명당은 보지 못했다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활래정은 선교장 초입에 있는 인공 연못에 자리한 누각 형식의 정자다. 솟을대문을 지나면 길게 줄을 이은 듯한 행랑과 사랑채 ‘열화당’도 선교장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특히 열화당의 차양은 선교장에 초대되었던 러시아 공사가 선물한 것으로 값비싼 구리 소재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안채와 연결된 문의 아래쪽이 특이하다. 문지방으로 막지 않고 트여 있다. 이 집터를 안내해 준 족제비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안채에서 집 뒤쪽으로 가면 초가로 지은 초정이 있다. 선교장에서 가장 높은 곳이어서 이곳에서 보는 풍광이 일색이다. 선교장 박물관에는 광해군 하사품 말안장, 추사 김정희의 현판(홍엽산거)을 비롯해 300여 점의 유물이 전시 중이다.

한옥의 멋이 느껴지는 선교장
BTS 성지, 향호해변의 버스 정류장
동해안에 자리한 여러 해변이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강릉의 향호해변 또한 그중 한 곳이다. 강릉시 주문진읍에 있는 주문진해변과 연결된 이 해변은 이른바 ‘BTS 성지’가 되기 전까지 사실상 존재감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주문진해변에 피서객들이 붐비면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이 아름아름 찾거나, 주문진야영장에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야영객들이 향호야영장을 찾곤 했었다.
그랬던 곳이 격세지감이랄까. BTS가 2017년 발매한 <WINGS 외전: YOU NEVER WALK ALONE(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 재킷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시원하게 펼쳐진바다를 배경으로 홀로 자리를 지키는 버스 정류장은 촬영 당시 임시로 만들었다가 철거된 것을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버스가 서지 않지만,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주말에는 정류장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행렬이 이어질 정도이다. 이 모든 게 BTS 특수인 셈이다. 향호해변에서 남쪽으로 4㎞가량 내려가면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주문진 방사제’가 있다. 주인공 공유와 지은탁이 처음 만난 이곳은 드라마 속 멋진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주인공과 같은 포즈로 인증샷을 남긴다. 한편 주문진해변과 맞닿은 소돌항구의 붉은 등대는 <더글로리> 시즌2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역)와 주여정(이도현 역)이 여행한 곳으로 소개되어 함께 찾을 만하다.

<더글로리>에 등장한 소돌항구의 붉은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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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촬영지 주문진 방사제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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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호해변에 자리한 BTS 버스 정류장
강릉 핫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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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라아트월드
종합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는 야외조각공원과 현대미술관, 피노키아박물관, 뮤지엄호텔, 레스토랑과 카페로 나뉜다. 탁 트인 동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그 어떤 문화공간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개방감이 탁월하며 ‘대지 미술’ 프로젝트라는 자연과 예술이 서로 기대어 있음을 보여주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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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해변 커피거리
강릉에 여러 커피거리가 있지만, 원조로 손꼽히는 안목해변은 1980년대 초, 특별한 자판기 커피로 유명해졌다. 이후 1990년대부터 국내 최고의 커피 명장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자신만의 맛과 향으로 전국 커피 마니아들의 입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개성 넘치는 카페 30여 곳이 해변을 마주하고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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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거리
월화거리는 폐철도를 따라 조성된 2.6km의 산책로 겸 도심공원이다. ‘월화’의 뜻은 신라 화랑 ‘무월랑’과 지방 토호의 딸 ‘연화아씨’의 사랑 이야기에서 따왔다. 예쁜 조형물과 카페, 포토존, 골목길 등이 어우러진 핫플레이스다. 월화교에 오르면 월화거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녁이면 매력적인 야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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