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칼럼

웹진의
사회적 가치와
미래 전망

글. 정원준 수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캐나다 출신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1964년에 출간한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of media)> 저술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a is the message)’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간단한 하나의 문장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대가 지속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정보통신(IT) 기술을 근간으로 종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미디어가 나타날 것이며, 그 자체가 시대상을 반영하고 통찰력을 제시하는 거시적 관점의 ‘더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소셜미디어에 대입하자면,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비하게 존재했던 SNS 기능과 활용이 현재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되고, 자유스럽게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어 글로벌 빌리지, 즉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하게끔 하는 메시지 자체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 도구나 수단에 국한하지 않으며, 동일한 정보라 할지라도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느냐에 따라 수용자가 그 정보를 해석하고, 인식하는 양상은 달라지기에미디어가 담고 있는 내용 못지않게 미디어의 형식도 중요하다는 점을 맥루한은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전통적 인쇄 미디어의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들조차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글(텍스트)을 읽는 것에 대해 환영하지 않으며, 짧은 요약 형식인 카드뉴스나 인포그래픽, 시각과 청각을 포함한 오감을 자극하는 영상 콘텐츠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정보화 시대에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일정한 간격의 시일을 두고 발행되는 오프라인 중심의 인쇄형 콘텐츠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에 멀티미디어 기술을 도입한 디지털 출판으로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흥미롭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트렌드는 기업이 대내외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발간하던 사보(社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보는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혁신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작하느냐 혹은 기업 외부에 기업의 이미지와 경영 철학과 미션(mission) 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냐에 따라 사내보 혹은 사외보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내 또는 외부냐를 구분하지 않는 사내외 혼합 방식의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며, 더욱 중요하게도 디지털 미디어의 장점을 접목한 웹진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가령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 등이 여전히 인쇄 형식의 사내외보를 고수하기도 한다. 실례로 서울시향의 월간 소식지가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노트를 겸하고 있으며, 후원회원 발송 외에도 관객 및 시민에게 배포 또는 판매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인쇄 제작을 하고 있다.

  • 웹진은 사보를 단순하게 대체하는
    미디어 매체가 아닌 메시지 자체다.

이에 반해 국립극장은 외부 온라인 플랫폼의 유통망 제휴 등을 통해 문화예술 관심 계층 유입을 위해 2021년부터 간행물 <월간 국립극장>을 웹진 형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100세시대연구소 역시 <THE 100>이란 혼합보 웹진을 제작하면서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 독자층의 정보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은퇴, 노후 등 인생 2막과 기타 문화 및 교양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기업 고유의 정체성을 창출할 수 있었다. 글로벌 독자층을 겨냥하기 위해 웹진을 제작하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부 조직인 해외문화홍보원은 월간 웹진 <Webzine Korea>를 발행해 한류 혹은 K-pop에 관심을 가지는 전 세계 독자에게 한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하고 있다.
인쇄 사보에 비해 웹진의 사회적 가치는 실로 다양하다. 먼저, 유용성과 편이성 측면이다. 처음부터 순서에 따라 읽어야 하는 인쇄 단행본과 달리 순서와 관계없이 독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찾아서 볼 수 있는 웹진의 성격은 하이퍼링크(hyperlink)를 통해 정보의 비선형적 구조를 구현한 웹사이트의 성격과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인이 원하는 정보만을 검색해 취득하고 소비하려는 독자들에게 편이성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매체로서 웹진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웹진은 우수한 인터렉티브적(interactive)인 상호작용성을 지님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구현의 가치를 제공한다. 세부적으로 하이퍼텍스트(hypertext) 기술의 활용, 모바일 디바이스(device)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특성을 반영한 반응형 웹과 어플형 도입 그리고 챗봇을 적용한 대화형 실시간 소통을 웹진은 가능하게 한다. 또한 기업의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공간 내 커뮤니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연계한 다각적 소통이 가능하다. 킬러 콘텐츠 생산 및 재가공을 통해 이를 중심으로 즐기는 밈(meme)과 같은 팬덤 그리고 독자 스스로 정보 공유와 확산의 역할을 담당하는 생태계로 변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셋째, 내용 구성과 활용의 다양성이다. 웹진에서는 음성, 그래픽, 영상 등을 첨가해 멀티미디어형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기에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내용의 이해력도 증진할 수 있다. 나아가 하나의 소재를 다른 장르에 적용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OSMU: one source multi-use)와 같이 하나의 웹진 콘텐츠를 여러 디바이스 형태로 제공해 매체 간의 경계를 융합하게 한다. 이제 웹진은 더 이상 독자를 수동적 유저(user)로 머물게 하지 않으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정보 제공을 통해 능동적인 정보 소비자가 되도록 하는 적극적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가치도 제공한다.
넷째, 경제적 측면에서 기존의 인쇄 사보에 비해 활판 조판비나 종이값, 인쇄비, 제본지, 발송비 등을 절약할 수 있으며, 반품과 재고관리의 비효율적이며 낭비적 측면을 줄일 수도 있다. 나아가 내용의 수정이나 정보들의 업데이트가 언제나 가능한 신속성의 가치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웹진이 제공하는 아카이빙(archiving) 가치다. 사보는 해당 기업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다만 오래된 인쇄 사보의 보관 부실 또는 손실로 인해 기업의 소중하고 역사적인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기업의 역사와 가치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웹진은 영구적인 디지털 아카이빙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웹진의 사회적 가치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에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과 가상세계 및 메타버스가 화두인 현시점에 기업 웹진의 형태도 이들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해 웹진의 영역을 확장한 새로운 미디어 형태가 추가될 것이다. 종전의 인쇄 사보가 사보 1.0 버전, 현재 웹진 시대를 사보 2.0이라고 한다면, 인공지능과 가상세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메타진(metazine)’ 혹은 ‘엠진(mzine)’의 사보 3.0 시대를 곧 맞이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정보전달 형식과 방법이 달라지더라도 기업 사보의 근본적인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독자 혹은 타겟층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 개발을 위해 더욱 고도화되는 ‘더 메시지’로서 존재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제 웹진은 사보를 단순하게 대체하는 미디어 매체가 아닌 메시지 자체이며, 현 디지털 미디어 시대 상황에서 웹진의 활용도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제공과 공유를 위해 웹진은 더욱 고급화될 것이다.

※ 게재된 글은 LH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