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책방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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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지윤
출판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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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구절
모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을 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가는데, 그 아가씨는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마치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은 사람처럼. 장 영감은 아가씨가 나온 빨래방 앞으로 갔다.
-16페이지에서
어떤 고민이든 깨끗하게 해결해 주는 빨래방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연남동. 이곳에는 버려진 철길을 공원으로 만든 ‘경의선 숲길공원’이 있다. 바로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고 알려진 곳이다. 연남동에서 자란 작가는 어릴 적 마당에 나무가 있는 집들이 즐비했던 시절부터 연트럴파크가 생긴 지금까지 동네가 변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작가는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부득이하게 동네를 떠나야 했던 원룸촌 사람들, 차 한 잔 마시러 갈 곳 없는 토박이 어르신들을 보며 언젠가 따뜻한 온기와 포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쓰고 싶었던 바로 그 책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24시간 무인 빨래방을 무대로,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사람들이 연남동의 한 골목에 자리 잡은 ‘빙굴빙굴 빨래방’에서 만나 서로에게 위로를 전한다.
빨래방에 놓여있는 연두색 다이어리.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듯한 다이어리에는 누군가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 끄적인 고민과 누군가가 남긴 답글이 적혀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여주며 어느새 빨래방은 연남동의 사랑방이 된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