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인터뷰
0.78의 미래,
우리는 바꿀 수 있어요
빈정현 EBS PD
글. 최행좌 사진. EBS, 김도형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유행이지만, 긴 호흡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도 여전히 매력 있다. 다큐멘터리라면 더더욱. 이러한 면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생 극복을 다룬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은 더없이 소중하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빈정현 PD를 만난 이유다.
Q. 지금까지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09년에 입사해 올해 15년째 EBS에서 프로그램 기획·연출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는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그 이후부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작해 온 다큐멘터리로는 학교의 혁신을 다룬 <다큐프라임-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축탐구 집>, 아동 인권을 다룬 <다큐프라임-어린人권>, 그리고 이번에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다루는 문제의식을 통해 사람들이조금이라도 ‘내 문제일 수도 있겠다’라는 인식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은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나요?
먼저 공영방송사로서의 책무,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회사의 강한의지가 있었습니다. 올해 EBS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로 교육격차, 독서율 저하, 그리고 저출생 문제를 꼽고 그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그 의제들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써 <다큐멘터리 K>가 지난 4월에 론칭했죠.
지난해 여름에 팀이 꾸려졌고,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 기획이 시작됐습니다. ‘인구 대기획 초저출생’ 시리즈는 저출생 현상과 우리 삶의 전반적 조건을 탐색해보고 한국 사회가 미래세대를 위해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지 방안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5주에 걸쳐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이 방송됐어요.
Q.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거나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저출생 문제를 굉장히 협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 낳으라고 말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인구수가 조금 줄어들 필요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1년 가까이 저출생, 인구 감소 이슈를 들여다보면서 저출생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주제였고,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생률은 0.78명이에요. 가장 공포감을 느꼈던 것은 0.78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우리나라 인구피라미드의 변화였어요. 통계지리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 움직이는 인구 피라미드 데이터를 1960년부터 2070년까지 제공해요. 스크롤 하면서 그 변화를 보니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피부에 확 와닿더라고요.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습니다.
Q.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가장 어려웠던 건 기시감을 극복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대상과 내용을 찾아야 했죠. 저출생이라는 이슈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매체에서 굉장히 많이 다뤄져 온 주제다 보니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시청자가 봤을 때 와닿고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서 본 듯하고 궁금하지 않은 내용일까 봐 그것과 싸워야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
Q.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 가운데 기억에 남는 편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은 저희 모든 스텝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한 프로그램이어서 모든 편이 기억에 남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1부, 4부, 10부 이렇게 3편을 제작했는데요. 제가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1부 ‘0.78 이후의 세계’와 10부 ‘0.78 이후의 세계 part 2’예요. 두 편 다 미래에 화두를 던진다는 연결점이 있지만, 다룬 이야기는 각기 다르거든요.
1부는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살아갈 생애주기를 따라가면서 미래를 예측해 보는 내용이었어요. 예정된 결말을 바꾸기 위해 2023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죠. 10부는 미래세대를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질문을 던져요. 0.78이라는 ‘정해진 미래’를 뛰어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존과 연대는 어떻게 실현이 가능한지 살펴봄으로써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시청자들이나 주변의 피드백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는 ‘미래세대를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바뀔까?’라는 질문으로 만들어진 편인데요. 미래세대, 그러니까 현재의 어린이, 청소년들의 의견을 담아서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어요.
그간 저출생 다큐멘터리는 청년이나 부모, 전문가들이 많이 등장했거든요. 아이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보고서 “아이들의 말이 정말 뼈 때린다”, “어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등의 피드백이 많았어요.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10부작
Q.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을 끝낸 소감이 궁금합니다.
방송이 끝났을 때 솔직히 ‘와, 드디어 끝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주변에서 “저출생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서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안도감도 찾아왔고요.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으로 더 활발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담론이 확대되어 레벨 업이 되면 좋겠어요. EBS도 저출생 관련 다큐멘터리를 앞으로 계속 다룰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