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칼럼
인구 위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야 할 숙제
글.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한국사회의 최대 복병은 인구변화로 요약된다. ‘인구=경제’란 점에서 한정자원의 배분구조가 빚어내는 사회현상은 사실상 인구변화로 완벽히 설명된다. 따라서 인구변화는 현상분석·미래예측의 변수에서 상수로 업그레이드된다. 아무도 경험·예측하지 못한 인구경로를 동서고금 사상 최초로 걸어가고 있는 모델사회다. 다만 아쉽게도 나아질 거리는 없고 떨어질 기미만 넘쳐 0.78명(2022년)의 합계출산율조차 지켜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대로면 세계 신기록 자체 경신은 확정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도대체 원인은 무엇일까?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가 확실하듯 인구변화의 전후방 인과·상관변수를 면밀히 분해하는 게 먼저다. 크게 2가지다. 일반론과 특수론이다. 저출생·고령화의 인구변화는 한국만의 특이현상은 아니다. 고성장이 끝나고 풍요로운 사회에 진입하면 출산은 줄고 수명은 늘어난다. 선진국 출산율이 일찌감치 인구유지선(2.1명) 밑으로 떨어진 이유다. 노동·보험기능 등 출산 편익이 낮아진 대신 소수 자녀의 집중투자가 선호된 결과다. 저성장으로 한정자원까지 줄면 출산 부담은 커진다. 고학력·정보력에 힘입어 가성비를 따지는 판단기준도 출산 포기로 이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론만이면 좀 낫다. 선진국이 걸어온 길이라 대응체계에서 배울 점이 있다. 문제는 이들과 다른 한국만의 독특한 출산장벽에 있다. 즉 0.78명의 초저출생은 한국적 특수론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 자연감소(출생-사망)를 부추기는 한국형 사회이동 (전입-전출)의 영향력 탓이다. 고학력·대기업이 인생모델이 되면서 ‘사람은 한양으로’란 말이 생겼고, ‘서울권=고밀도=저출산’을 빚어낸 게 핵심 요지다. 좋은 대학·회사가 일극집중의 서울블랙홀로 집중되니 12%의 수도권에 51%의 인구밀집은 자연스럽다. 와중에 수도권은 가족분화를 위한 생활품질은 떨어졌다. 소득·물가의 엇박자(스태그플레이션)는 직주분리를 키우며 가족분화를 방해하고, ‘학력주의 → 서울 전입 → 맞벌이 → 독박 육아 → 출산 포기’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먹이가 없어 서울로 왔더니 둥지가 없어 알을 못 낳는다’는 배경 논리다.
물론 숱하게 노력해왔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20년·380조 원’을 출산정책에 썼다는 말처럼 상당한 대책을 실행했다. 성과도 적잖다. 1990년대 아들딸 구분없는 남녀평등형 정책 전환은 남성전업·여성가사를 깨고 양성 평등이라는 인재활용의 물꼬를 텄다. 다만 총평은 아쉽다. 1983년 인구유지선의 하향돌파 후 2003년 출산장려 본격화까지 20년을 낭비했다. 늘 한박자 이상 늦어버린 전철을 밟았다. 그만큼 인구정책은 어렵다. 세대효과란 말처럼 한두 세대 이후에 정책 성과가 확인되기에 긴 호흡과 많은 예산을 투입하려는 동기 자체가 쉽지 않다. 이렇듯 지체형 인구관성은 선진국도 겪었다. 그럼에도 주요 선진국이 ±1.6명까지 출산율을 이뤄낸 건 고무적이다. 한국보다 일찍 진입했는데 ‘완화 → 적응’의 전략 성과가 확인된 것이다. 배움직한 교훈이다.
이제 절실한 건 실효·총체적인 대응 해법이다. 더는 실패하지 않고 공멸에서 벗어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누구든 인구변화의 축적된 충격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을 만큼 일상생활 속 체감 압박이 거세진 결과다. 더 내고(증세) 덜 받는(복지) 시대변화가 본격적인 까닭이다. 강 건너 불구경이던 저출생·고령화가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더는 외면·방치할 수 없다. 정부가 ‘노동·연금·교육’의 3대 개혁을 차별적인 중점 의제로 채택한 건 달라진 인구구조의 충격 여파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마지막 타이밍인 만큼 한층 소중한 접근과 진중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로써 방향성은 나왔고 방법론이 남는다. ‘인구절벽’을 ‘인구혁명’으로 삼으려면 혁신적 접근방식은 상식에 가깝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방법이 옳다. 단기·주변부의 일시·표피적인 보여주기는 곤란하다. 0.78명을 단순 숫자로 봐선 곤란하다. 2018년 1명 밑(0.98명)을 뚫은 후 5년에 걸쳐 연평균 0.04명씩 줄었는데, 추세대로면 출산율 제로도 20년(0.78명/0.04명=19.5년) 안에 도달한다. 결국 진영논리에 따른 취사선택형 쟁점 이슈의 범주는 넘어섰다. 100년 후 한국인의 절멸 사태를 막자면 대폭적인 인식 전환과 총체적인 정책이 장기적인 성과 축적을 위해 제도화되는 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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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식 파괴적인 구조 개혁만이
위협적인 인구 트랩에서 한국사회를 구해낼
대안 카드다.
지금은 상식 파괴적인 구조 개혁만이 위협적인 인구 트랩에서 한국사회를 구해낼 대안 카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당연지사다. 인구 대응은 부처 차원을 초월한 시대 변화의 원인·결과답게 완벽히 재구성된 신질서를 뜻한다. 부처 상단의 컨트롤타워가 실효적인 통제 체계를 통해 개별 정책의 누수·중복을 막자는 얘기다. 주체부터 제도(법률·예산)는 물론 인식·관행까지 도마 위에서 재구성하는 게 좋다. 뼈를 깎는 심정의 발본 (拔本)적 구조 개혁만이 가족분화·출산카드의 달라진 뉴노멀과 직결된다.
어차피 인구 대응은 넘어야 할 산이자 피하기 힘든 숙명이다. 특히 저성장·재정난에 인구병(사망률과 출생률의 저하로 급속하게 인구가 축소되는 현상)까지 겹친 트릴레마의 한국 상황을 보건대 대응 여하에 따라 새로운 자본주의를 엮어낼 유일무이의 샘플 사례로 손색이 없다. 선진국조차 인구병은 아직이라 우리나라를 관찰·추격하겠다는 입장이다. 인구감소·지속성장의 신자본주의 혁신 실험이 한국에서 펼쳐질 수 있어서다. 실제 투입 요소가 주는데 부가가치가 커지면 신자본주의로 제격이다. 이로써 총성은 울렸고, 남은 건 행동뿐이다.
※ 게재된 글은 LH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